<부국제> 영화 후기 -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202 1)
감독: 김세인 출연: 임지호 양말복
이름은 이름일 뿐이다.후기
부산국제영화제 5관왕 수상에 빛나는 영화 같은 속옷을 입은 두 여자 ACFM에서 만났다.
영화는 미혼모와 하나뿐인 딸 이야기다.보여주기를 좋아해 자신이 가장 중요한 어머니와 성인이 됐지만 사회성이 떨어져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는 딸의 삶을 다뤘다.
첫 장면에서 딸은 속옷을 세탁하고 있다.엄마는 화장실에 들어와 입고 있던 속옷을 딸에게 벗어던지고 완성된 빨래를 걷어들여 입는다.열심히 세탁하는 딸은 안중에도 없고 친구들과 통화하며 집을 나선다.어머니와 딸의 관계가 이렇다.
엄마는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멋쟁이를 좋아하고 인기있는 남자친구를 사귀는 등 항상 사랑받기를 바란다.그런 어머니에게 딸은 제 발목 잡는 자로 볼 수 있다.귀찮은 존재다.
딸은 생리가 심해 엄마에게 타이레놀을 사달라고 한다.친구와 놀다 와서 깜빡 잊고 있던 어머니가 분해서 화를 냈다.어머니에게 딸은 안중에도 없는 존재다.
모녀가 크게 싸웠다.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던 딸이 미운 어머니는 딸을 폭행하고 차에 치인다.다리를 다친 딸은 사고 때문에 찾아온 보험회사 직원에게 엄마와 합의는 하지 않겠다며 맞선다.
결국 모녀는 소송전을 벌였다.자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딸이 너무 원망스럽고, 치밀어 오르는 증오 때문에 화가 난 어머니는 딸에게 심한 폭력을 가한다.다만 사과가 듣고 싶었던 딸은 참다 못해 집을 나선다.서로 뜻이 맞지 않는 두 사람이 마침내 헤어지게 되었다.
어머니는 남자친구와 친해져서 그의 가족이 되려고 한다.그러나 발목 잡는 자가 또 등장했다.남자친구의 딸은 엄마가 아닌 아줌마가 자기 졸업식에 와준 게 못마땅하다.또 멋대로 자기 방에 들어가 자위기구를 보며 웃어대는 모습에 완전히 선을 긋는다.엄마는 자신의 잘못임을 인정하지만 딸 편을 들어 사과하라는 남자친구의 모습이 안타깝다.
딸은 회사에서 만난 남동생과 친구가 된다.아무도 자신을 몰라주는 상황에서 진지하게 들어주고 이해하며 받아들이는 모습에 더 의존한다.처음엔 불쌍하고 가엾게 딸에게 다가갔지만 점점 의지하는 모습에 지친 동생은 그를 밀친다.결국 딸과 남동생은 멀어졌다.
오갈 데 없는 모녀는 다시 집으로 모였다.마치 조금이라도 내 잘못을 인정하면 세상이 무너지듯이.갈등은 연장된다.
어머니는 가혹한 상황에서 혼자 있던 친구와 크게 싸운다.평소 자신을 무시했다고 생각한 친구는 엄마에게 욕을 하며 절교를 선언한다.친구가 없어지면 자기 곁에 아무도 없는 어머니는 사과하며 만류한다.딸에게 보이던 모습과 판이하다.
집에 돌아온 딸이 엄마와 허심탄회하게 얘기한다."나... 사랑해...?" 하고 묻고 싶은 말을 전하는 딸에게 웃음밖에 보이지 않는다.두 사람의 갈등은 딸이 독립하면서 일단락된다.이제 딸은 엄마가 사준 속옷이 아니라 내가 직접 속옷을 사게 된다.물리적 정신적 독립을 이룬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가족의 의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흔히 「가족의 유대」를 언급해 「결국 믿을 수 있는 것은 가족」이라고 한다.그러나 이 영화, 아니면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말할 수 있을까?
어머니와 딸, 두 여성은 진작 헤어졌어야 했다.인연을 끊으라는 게 아니라 각자의 삶을 살아야 했다.물론 딸이 독립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어떻게든 벗어나는 게 옳다.같이 있을때마다 싸울때는 떨어져 있는게 좋아.
가장 좋은 것은 서로 솔직한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하고 싶은 일이 많아 사랑을 받고 싶은 어머니는 딸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다.아니, 생각이 없어.딸도 큰 사랑을 원하는 건 아니다.다만 조금만 신경을 써달라는 것, 조금만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이다.두 사람의 갈등이 극에 달한 이유는 대화 부족이다.
이상하게도 가까운 가족이 모르는 사람보다 솔직한 대화를 나누기는 어렵다.나를 너무 잘 알아서 그런가?너무 편한 사이인데 그럴까?너무 가까워서 모르겠다, 등잔 밑이 어둡다.아무리 어려워도 솔직하게 털어놓아야 해.그러자면 두 여성은 잠시 떨어져서 생각해야 했다.
가족이라는 이름이 사람들을 웃기고 울게 한다.도대체 가족이 뭐야?이름은 이름일 뿐이다.가족 노릇을 못하면 뒤돌아봐야 한다.가족이라고 다 가족인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영화의 매력이 대단해.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에도 몰입도가 뛰어나다.너무 재미있었는데 다시 보기에는 정신적으로 힘들어.
같은 속옷을 입은 두 여자 : ★★★★
친구와 화해한 어머니집에 혼자, 아니 평생 혼자였던 딸딸과 아는 사람을 대하는 모습이 다른 어머니, 부모님